티스토리 툴바



2010/09/11 07:40

다니엘 헤니같던 외국인의 배려속에 깃든 우려

..

지난 9일 오후 3시경,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용산역에서 신기하게도 다니엘 헤니같은 외모의 미남 외국인이 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비슷한 모습에 몇 번이나 다시 볼 정도였는데, 저 뿐만 아니라 젊은 여자들은 이 모습을 보고 "다니엘 헤니가 탔다"며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습니다.

열차를 타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그는 마침 비어있던 제 옆자리를 보고 앉게 되었는데, 정자세로 바로 앉지 않고 허리를 숙여 앉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니엘 헤니인지 여부가 판명나지 않은 상태에서 내 옆자리 앉으니 더 궁금할 수 밖에 없었는데, 허리를 숙여 양팔을 무릎에 대고 있으니 얼굴이 시선과 멀리 있어 도무지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살펴볼 수 도 없는 노릇이라 힐끗힐끗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씨익~"하고 웃더니만, 그때서야 좌석에 등을 붙여 정자세로 앉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게 한국어로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인: (손을 팔랑거리는 제스쳐를 하며) 냄새 안나요?
나: (외국인이 한국말로 물어보니 조금은 당황스러워) 아..뇨.
외국인: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정말이에요?
나: 네, 헤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재차 묻길래 저도 모르게 대답 후에 웃음이 나와 버렸습니다.
외국인이 말한 냄새는 자신의 몸에서 나는 서양인 특유의 체취였던 것입니다.
사실 그 외국인에게 냄새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조금 나기는 했지만,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니었기에 안 난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미국에서 왔다고 밝힌 그는 어머니가 한국인이라 이곳에서 선교활동을 하기 위해 지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생활 초기에는 잘 몰랐지만,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한국인들에게 썩 좋게 받아들여 지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시나 날지도 모를 자신의 체취를 옆 사람이 불편해 할까봐 그런 어정쩡한 자세로 앉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계 외국인이 선교목적으로 나에게 말을 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나: '다니엘 헤니' 닮았다는 소리 많이 들으시죠?
외국인: 네, 많이 들어요. 그 말이 칭찬이라는 것도 알아요.헤헤

외국인은 자주 듣는 말이라 익숙하다는 듯 여유있는 웃음까지 지어 보여 주었지만,
그래도 '다니엘 헤니'같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까지 '다니엘 헤니'와 '데니스 오'가 헷갈려 구분을 잘 못합니다.

비록 짧은 대화였지만, 잘 생긴 그가 미국에서 동양적인 외모로 친구들로 부터 중국인이라 놀림받은 적이 있고, 한국의 다문화가정에 속한 혼혈세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니엘 헤니



잘 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인종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지만, 한국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내용이었습니다.

급격히 늘어난 다문화 가정 속의 아이들은 주로 동남아출신 여성들이 대부분인데, 그들이 성장했을 때, 제가 만났던 '다니엘 헤니'를 닮은 외국인처럼 한국인과 아무런 거림낌없이 생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적으로 몇 해전, 경남 합천에 계신 이모집을 놀러간 적이 있는데, 그 지역에 사는 아이들의 반은 혼혈인이라 할 만큼 많아 조금은 낮설게 느껴진 적이 있습니다.
 
대개 다문화 가정이라고 하면 아직까지 농촌지역에 밀집되어 있고, 사회적 의식과 교육여건 등을 고려해 봤을 때, 피부색에 따라 일등, 이등국민을 나누는 편견에 의한 사회문제의 부각은 필연적일 것입니다.

보수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개개인이 존중받으려면 사회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교육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농촌에서는 농촌 위주의 사회화 이상의 지원을 해주기 어려울 것입니다. 유독 경쟁이 치열한 우리사회에서 혼혈인 대다수가 사회적 기반을 잡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다니엘 헤니'같던 미남 외국인이 저에게 보인 행동은 자신의 체취가 불편할까봐 배려한 행동이었지만, 어쩌면 혼혈인인 자신이 느낀 우리사회에서의 불평등을 꼬집는 행동처럼 보였습니다.
그가 혼혈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우리사회를 보고 미래에 그들이 받게 될 편견과 불편을 우려한 것이란 생각을 들게 만든 것도 아마 이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저작자 표시
댓글 베스트 글 1. 담배피는 여고생에게 당한 굴욕
2. 다리 불편해 앉은 노약자석..어르신께 혼났습니다
3. 폭주족 아이들에게 봉변 당한 사연.
4. 연봉 1800만원 받고 3년안에 집샀다.
5. 40년전 라면광고, 지금보니 '거짓말'


나의 이야기 1. 힘들어도 마음만큼은 풍요로운 이유
2. 개그프로 보면서 죽고 싶었던 사연
3. 학생 때 담배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Trackback 0 Comment 15

Trackback : http://newsbox.tistory.com/trackback/204 관련글 쓰기